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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 밀리고 ‘남극 진동’ 뜨니 호주 산불 더 극심해졌다 !
남극환상모드 영향력이 엘니뇨 남방진동보다 강해지면서 산불 변동성 커져
이명인 교수팀 하와이대·POSTECH 공동 연구.. Agric. For. Meteorol. 게재
호주 남동부 지역의 산불 위험이 매년 극단적으로 널뛰는 예측 불허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변동성이 커진 원인으로는 ‘남극환상모드’라는 대기 순환 패턴의 영향력 강화가 지목됐다.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이명인 교수팀은 1981년부터 2022년까지 호주 남동부 지역의 산불 기상 조건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호주 남동부의 산불 위험이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체제 전환(Regime Shift)’이라 부를 만큼 급격하고 불규칙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전 시기(1981~2001년)에 비해 최근 20여 년(2002~2022년) 사이 극심한 산불 발생 위험일(Fire Weather Days)은 약 5배나 급증했으며, 해마다 산불의 강도가 널뛰는 ‘변동성’ 또한 2배 이상 확대됐다.
주목할 점은 산불을 일으키는 ‘지휘자’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적도 태평양 수온이 변하는 ‘엘니뇨-남방진동(ENSO)’이 호주 산불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최근에는 남극을 감싸고 도는 대기 순환 패턴인 ‘남극환상모드(SAM)’가 산불 변동성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원인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주도권의 변화는 땅과 대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지면-대기 결합’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가뭄으로 인해 지면이 바짝 마르면, 지면이 수분을 어느 정도 머금고 있던 상태보다 태양열이 지표면 온도를 더 급격히 높이고, 이는 다시 대기를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이 나기 쉬운 ‘복합 극한 기상(고온, 건조, 가뭄)’을 유도하는 악순환이 깊어진 것이다.
기후 변화는 농업 분야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산불 위험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이 지역의 주요 작물인 옥수수 수확량 또한 비례해 크게 변동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기후-산불-농업을 통합한 사회·경제적 재난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1저자인 김기욱 연구원은 “과거에는 산불 예측 시 엘니뇨 현상을 주로 참고했다면, 이제는 남극 지역의 대기 흐름(SAM)과 지면의 건조 상태를 더욱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는 호주뿐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해 산불이 대형화·일상화되고 있는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산불 예측 성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인 교수는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기상 요인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인해 산불의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강화된 복합 극한 기상 재난의 신호를 기후 모델에 정교하게 반영한다면 미래 기후 재난에 대비한 영향 예보 시스템을 한 단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UNIST 이명인 교수팀의 주도로 하와이대학교(University of Hawaii), POSTECH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산림 및 농업 연구 관련 최상위 국제 학술지 ‘농림기상학(Agricultural and Forest Meteorology)’에 4월 11일자로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환경부의 ‘신기후체제 대응 환경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